음주 후 발생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의식 상태와 피고인의 고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과 법원의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준강간죄란 무엇인가
준강간죄의 의미와 법적 근거
준강간죄는 형법 제299조에 규정된 범죄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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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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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죄는 피해자가 스스로 저항하거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 점을 범행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강간죄와 본질적으로 유사한 불법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과 피고인이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고의가 모두 갖추어져야 합니다.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의미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말합니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합니다.
2. 알코올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구별
알코올 블랙아웃의 의학적 개념
의학적 개념으로서 알코올 블랙아웃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알코올 성분이 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쳐 행위자가 일정 시점에 진행된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합니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기억을 잃을 뿐이지 그 외의 인지기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는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면,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패싱아웃과의 구별 및 그 중요성
반면에 패싱아웃은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 상태에 빠지는 의식상실을 뜻하며, 이 경우에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까지 빠지지 않았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범행 당시 피해자가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는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별하는 것은 준강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법원이 고려하는 판단 요소들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신체 및 의식 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을 살펴야 합니다.
나아가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과 피해자는 주점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피해자는 해당 주점에서 위스키 샷 2~3잔을 연거푸 마신 이후 기억이 끊겼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모텔로 이동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구토 증상을 보였으며 모텔 객실 안에서도 여러 차례 구토를 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잠들었다가 성기 부위의 통증으로 잠시 깨어 피고인이 성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다음 날 아침 속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일어났으며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의식 상태에 대한 판단
항소심 법원은 피해자가 주점을 나온 이후에도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고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언동을 여러 차례 하였다는 점을 주목하였습니다.
또한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고도주인 위스키 샷을 연거푸 마심으로써 혈중알코올농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억형성의 장애를 입었을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토 행위 역시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에 따르면 의식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지표로 해석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도 법원의 판단에 반영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기억 신뢰도에 대한 판단
법원은 피해자가 성행위 도중 통증을 느껴 잠시 깨어났다는 단편적인 기억에 관해서도,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서 형성된 기억은 파편적이고 불완전하며 사후적으로 재구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근거로 그 정확성과 신뢰도를 신중하게 판단하였습니다.
이처럼 피해자가 수 시간의 기억을 거의 전부 잃었다고 하면서 단 하나의 장면만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 기억은 생리학적 현상이라기보다 사후적 재구성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문적 의견도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단편적 기억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성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의 고의에 대한 판단
준강간의 고의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합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주점을 나온 이후에도 피고인의 팔에 팔짱을 끼고 걷고, 친구로부터 짐을 건네받기 위해 연락을 취하는 등 자발적인 행동을 보였으므로, 피고인 입장에서 피해자가 성관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사건 직후 성관계 사실을 부인한 점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범죄 의심을 받을 것을 우려한 방어적 대응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의 최종 결론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성행위를 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거나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의 유죄 판결(징역 2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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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피해자는 성관계에 합의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과 피해자 B(가명, 여, 32세)은 2024. 1. 13. 01:00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주점에서 처음 만난 사이이다. 피고인은 같은 날 03:38경 술에 취한 피해자를 택시에 태워 서울 서대문구 C에 있는 ‘D모텔’로 데리고 간 다음 같은 날 03:50경부터 08:00경 사이 그곳 객실에서 술에 취하여 잠이 든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성행위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태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가) 피해자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주점(이하 ‘이 사건 주점’이라 한다)에서 위스키 3잔을 마신 뒤, 동행한 친구를 찾으러 가는 순간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래 쪽에 통증이 느껴져 정신을 차렸을 때, 피고인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성행위를 하고 있다가 피해자가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성행위를 그만두고 돌아눕더니 황급히 자는 척 했다. 그 뒤에 다시 잠에 빠졌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속옷이 벗겨져 있었고 머리 카락에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 피고인에게 왜 옷을 벗겼냐고 물어보니 옷에 토사물이 묻어서 벗겼다고 했고, 성행위를 했는지 묻자 성관계를 한 사실을 부인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나) 피해자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주요 부분에서 일관될 뿐만 아니라, 성행위 당시의 피고인의 행동,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대화 등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피해자의 진술은 그 자체로 모순되는 바가 없고, ‘이 사건 성행위 직전까지도 여러 번 구토를 하였고, 옷과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을 정도였으며, 피해자가 머리카락에 묻은 토사물을 완전히 씻지 못한 상태로 잠들었다’는 점에서는 피고인의 진술과도 부합한다. 피해자는 주점에 동행하였던 친구가 신고를 만류하였던 내용 등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내용도 진술하였고, 범행 이후 피고인을 신고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던 중 2024. 1. 15.경 해바라기센터의 상담을 거쳐 피고인을 신고하게 되어 신고 경위도 자연스러우며, 피고인을 무고할만한 동기가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성행위 당시 피해자의 신체․정신 상태 가)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모텔(이하 ‘이 사건 모텔’이라 한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대화를 하고, 피해자의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으며, 피해자의 친구도 피고인과 함께 택시에 타는 피해자를 보면서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였던 점,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린 직후 걸어서 이동이 가능했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택시를 탑승할 무렵까지는 어느 정도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나) 그러나 피해자가 이 사건 성행위 당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및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성행위가 있던 시점에는 의식을 상실했거나, 알코올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피해자는 주점에서 나와 친구에게 현재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피고인이 대신하여 친구에게 이를 설명해 주어야 했다. 피해자는 택시를 타고 약 13분가량 이동하였고, 택시기사 E가 ‘피해자가 꽤 술에 취해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며, 피해자가 택시로 이동할 때와 택시에서 내린 직후 ‘속이 좋지 않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택시에서 내릴 당시를 기준으로 피해자는 심신상실에 이르지는 아니하였더라도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모텔에 들어가기 직전에 이르러서는 판단능력과 대응․ 조절능력이 더욱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린 뒤 바닥에 주저앉아 구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54쪽),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려서 물건을 줍느라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던 것이고 택시에서 내려 토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으나, ① 피고인은 경찰이 ‘택시기사는 (택시에서 내렸을 당시) 피해자가 구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하자 ‘택시기사가 못 봤을 수도 있다.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려 바닥에 주저앉아 구토했다’면서 적극적으로 택시기사 E의 진술에 반박한 점, ② 피고인이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릴 때 물건을 떨어트린 일과 구토한 일을 착오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은 아침에 일어난 피해자에게 ‘네가 택시 밖에서부터 토를 뿜었다’는 취지로 말한 점(피해자에 대한 원심 증인신문녹취서 제19, 20쪽), ④ 피해자가 화장실 변기에만 구토를 하였다면 통상적으로는 토사물이 묻기 어려운 피해자의 바지의 허벅지 안쪽, 부츠까지 토사물이 묻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린 직후는 아닐지라도 주저앉아 구토를 한 사실은 있었다고 보이고, 바지나 신발에 그대로 토사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치할 정도로 통제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 (3) 피해자는 모텔에 들어가서도 여러 번 구토를 하였는데, 피고인이 소변을 보러 갔다 오는 동안 피해자가 구토를 할까봐 피해자로 하여금 휴지통을 계속 안고 있도록 시켜야 할 정도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주어야 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모텔 안에서도 피해자는 자신의 몸을 정상적으로 가눌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자의에 의한 성관계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으며, 이와 달리 어느 정도 통제․조절능력을 유지하면서 다만 그 당시의 사실에 대한 기억형성에만 실패한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그리고 만취로 인한 피해자의 신체․정신 상태는 이 사건 모텔 안에서 이 사건 성행위를 할 당시에도 유지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위와 같이 피해자는 이 사건 성행위 전에 하의나 부츠,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을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여러 차례 구토를 하는 등 만취 상태에 빠져 있었고, 그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여 성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구토를 한 뒤 간단히 씻고 나온 다음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하였으나, 구토를 마치고 씻고 나오는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피해자가 자의에 의한 성관계를 가질 정도로 의식 상태를 회복하였을 것이라 보기 쉽지 않다. 오히려 성기 부분의 통증 때문에 일시적으로 잠에서 깨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더욱 신빙성 있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주점에서 피해자와 서로 성관계를 갖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도 처음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응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사정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 사건 모텔에 도착하기 전후로 통제력을 잃은 채 여러 차례 구토를 할 정도의 상태에서까지 성관계를 할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었고, 피고인으로서는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재차 확인하고 피임 방법 등에 관하여 사전에 피해자의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성행위 전에 피해자와 성관계 여부, 피임 방법 등에 관하여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 진술 내용이 신빙성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카락의 토사물을 닦아주기도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 사건 성행위 후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도 여전히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어 있었고, 피고인이 아침에 일어난 피해자에게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어 있으니 샤워할 것을 권유한 점(증거기록 제123쪽)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어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성행위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피해자가 일어났을 때 속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피해자는 이러한 토사물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속옷도 입지 못한 채 그대로 잠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이 사건 성행위가 종료된 직후 피해자에게 의식이 있었다면 머리카락에 묻은 토사물이나, 몸에 묻은 피고인의 정액을 씻기 위해 피해자가 샤워하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씻을 것을 권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사건 성행위 직후에는 피고인만 씻으러 갔고, 아침에서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머리에 토사물이 묻어 있으니 씻으라고 권유하였을 뿐이다. 3) 피고인의 준강간 고의 가) 피고인은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신체․정신 상태를 곁에서 지켜보았고, 피해자가 구토를 할까봐 쓰레기통을 안고 있도록 하거나, 머리카락이나 옷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주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머리카락에 묻은 토사물을 씻어내지도 못한 상태였음에도 그대로 이 사건 성행위를 하였고, 이 사건 성행위 후에도 먼저 씻으러갔으며,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은 채 잠든 피해자를 깨우지도 않았다. 나) 피해자는 아침에 깨었을 때 벌거벗고 있었고, 피고인도 상의를 벗고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증거기록 제72, 74쪽),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를 이용하여 몰래 성행위를 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깨기 전에 피해자의 속옷 정도는 입혀 놓거나 자신의 상의를 입고 있는 등으로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은 아침에 일어난 피해자에게 이 사건 성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부인하였고, 최초 경찰과 통화할 당시에도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만일 피고인이 의식이 있는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피해자와 경찰에게 성행위를 한 사실을 숨길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나아가 피해자와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가졌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위 최초 진술과 비교하여 일관성도 없고, 그러한 진술 번복이 이루어진 경위에 관하여 ‘당일 아침 피해자가 피고인을 추궁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당황하고 경계심이 생겼다’는 등의 주장만으로는 충분하게 납득하기 어려우며, 달리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성관계에 관한 피해자의 사전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구토를 계속하는 등 비정상적인 신체․정신 상태에 빠진 이후의 일방적인 성관계까지도 허락한 취지로는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범행 후 아침에 일어난 피해자에게 성행위 사실을 숨긴 점이나, 2024. 1. 30.경 경찰 조사 당시에도 이 사건 성행위사실을 부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도 피해자가 이 사건 성행위에 대해 진정한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고, 또한 ‘네 말 대로면 구토해서 코골며 자는 사람이 안 깨게 몰래 했다는 것이냐’, ‘기억 다 나는 내 말이 맞냐, 못하는 네 말이 맞냐’ 등 성행위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답하였을 뿐 성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발언은 하지 않은 점, ② 피고인의 위 발언은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구토하는 상황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성행위가 기억난다는 피해자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내용인바, 전체적인 대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성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인 점, ③ 피고인이 합의에 따른 성행위였다고 발언하려 하였다면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과 같이 ‘피해자가 씻고 와서 의식을 차렸고 그 이후 성관계를 가졌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④ 피고인이 그 이후 2024. 1. 30.경 경찰과 전화통화 하면서도 이 사건 성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부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답변은 이 사건 성행위가 있었던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취지로 보인다. 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 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음주 후 준강간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 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앞서 본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할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나)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하나의 객관적 사실 중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진술하게 되고,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까지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즉,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거나,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객관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만을 부인하는 경우 등과 같이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라)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해자는 2024. 1. 12. 18:00경 친구와 치킨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 1병을 반씩 나누어 마신 후 공연을 보았고, 2024. 1. 13. 01:00경 이 사건 주점으로 가기 직전에 편의점에 들려 맥주 1캔을 반 정도 마셨으며, 이 사건 주점에서 약 250㎖의 칵테일 한 잔을 마신 후, 위스키 샷을 2~3잔 정도 연거푸 마셨다. 나) 피고인은 친구와 함께 이 사건 주점에 갔다가 친구와 떨어져 따로 있던 중, 이 사건 주점에서 춤을 추고 있던 피해자를 만났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을 나와 피고인이 며칠 전에 미리 예약해 두었던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하려고 택시를 잡기 위해 걸어가던 중, 피해자가 친구로부터 자신의 짐을 건네받아야 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친구가 짐을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4. 1. 13. 03:18경 이미 이 사건 주점 인근 노래방 앞까지 이동한 후였는데, 피해자와 피해자의 친구는 같은 날 03:20경부터 03:23경까지 피해자가 있는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친구: F노래방이라고? 나 아까 그대로 있어. / 피해자: 나 F노래방이야. / 친구: 거기로 가? / 피해자: 어. / 친구: 위치 모르는데. F노래방 많은데 어디인거야?]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위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두 사람의 위치를 설명한 끝에 피해자의 친구가 03:31경 피고인과 피해자가 있던 장소에 도착하였다. 다) 피해자의 친구가 도착하였을 때 마침 피해자는 혼자 인근 상점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던 관계로 피고인이 대신 위 친구로부터 피해자의 짐을 건네받았고,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4. 1. 13. 03:37경 택시를 타고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하였다. 피해자의 친구는 03:34경 피해자에게 “허허… 잘 보내기를…”, 03:44경 “일어나면 톡해”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라)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4. 1. 13. 03:51경 이 사건 모텔 근처 골목 앞길에 이르러 택시에서 하차하였고, 피고인은 03:56경 모텔 카운터에서 물품을 구입한 다음 피해자와 함께 객실로 이동하였다. 마)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모텔 객실에 머무는 동안 2024. 1. 13. 03:56경부터 08:00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성행위를 하였다. 피해자가 객실에서 잠을 자다가 같은 날 08:00경 일어났을 때 피해자는 상․하의 속옷까지 모두 벗은 상태였고, 피해자의 머리카락에는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 바) 피해자는 이틀 후인 2024. 1. 15.경 해바라기센터(G)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고, 2024. 1. 16.경 다른 해바라기센터 2곳(H, I)에도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은 다음, 2024. 1. 17. 마포경찰서에 ‘2024. 1. 13. 토요일 새벽 3시 30분~오전 8시 사이에 J 불명의 모텔에서 강간을 당하였다’는 내용으로 신고하였다. 사)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주점에서 위스키 샷을 마시기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 앞으로 다가와 춤을 추다가 피해자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냥 갔었는데 당시 피고인이 남자에게는 흔치 않은 단발머리여서 그 장면을 기억한다. 이후 (다른 남자가 술을 사주겠다고 해서) 위스키 샷 2~3잔 정도를 연거푸 마신 뒤, 뒤돌아서 동행한 친구를 찾으러 가는 순간부터 아침에 이 사건 모텔에서 깨어났을 때까지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깐 자다가 아래쪽 성기 부위에 통증이 느껴져 정신을 차렸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성행위를 하고 있다가 피해자가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성행위를 그만두고 돌아눕더니 황급히 자는 척 했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그 뒤에 다시 잠에 빠졌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상․하의 속옷까지 모두 벗겨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 사건 당일 입었던 바지, 특히 허벅지 안쪽에 토사물이 많이 묻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아) 피고인은 2024. 1. 13. 08:00경 잠에서 깨어 ‘성관계를 했냐’고 따지는 피해자에게 ‘안 했어. 됐지’라며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부인하였고, 2024. 1. 30.경 피해자의 위 신고에 기하여 마포경찰서 수사관으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을 때도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2024. 4. 11. 경찰 피의자신문 당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는 ‘피해자와 이 사건 주점에서 나와 택시를 호출하여 기다리고 있던 중 피해자가 짐을 건네받아야 한다며 피해자의 친구에게 연락하였고, 위 친구로부터 짐을 건네받은 후 택시를 타고 이 사건 모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려서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이 사건 모텔 객실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하여 피해자의 등을 두드려주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며 스스로 구토를 하고 간단히 세면을 마치고 나왔다. 피해자의 머리카락과 상의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주는데 피해자가 혼자 상의를 벗었다. 이후 피해자가 한 번 더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하고 세면을 하고 나왔고, 피해자와 침대에 앉아 “속 괜찮냐”, “친구분은 잘 들어가셨냐”라고 간단히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서로 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하였다. 피해자의 배에 사정을 한 뒤 피해자가 짧게 구강성교를 해주었고, 자신은 피해자의 배에 묻은 정액을 닦아주었다. 피고인이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피해자는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다가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성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거나 당시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가) 피해자가 이 사건 성행위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1) 피해자가 피고인과 이 사건 주점을 나와 모텔로 이동하게 된 경위를 비롯하여 이 사건 주점에서 위스키 샷 2~3잔을 연거푸 마신 이후부터 아침에 이 사건 모텔 객실에서 일어나기 전까지의 상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성행위 당시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성행위 당시 알코올의 영향으로 그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 상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 역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배제하기도 어렵다. (가)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에서 기억이 끊긴 이후의 일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피해자 스스로 기억하지 못할 뿐,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에서 있었던 2024. 1. 13. 02:58경부터 피고인과 이 사건 주점을 나와 택시에 승차할 무렵인 03:37경까지 사이에 아래와 같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이는 여러 언동을 하였다. ①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에 동행하였던 친구와 2025. 1. 13. 02:58경부터 03:06경까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피해자: 어디야 / 친구: 너 어디야 / 피해자: 나 그 클럽. 너 어디야 / 친구: 나도 / 피해자: 나 놀라갔어(“올라갔어”의 오기로 보임) / 친구: 나 앉아있지 / 피해자: 올라갔어 / 친구: 어디로? 여기 위층이 있어? 어디야? 나 밧데리 18퍼센트야. 아 너 봤음. 나 사이드에 앉아있어]를 주고받았다. 피해자가 입력한 메시지 내용 중 일부 오기가 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아 당시 피해자는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보이고,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여서 심하게 취한 모습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위와 같은 대화가 있은 때로부터 8분가량 지난 후인 03:14경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주점을 나와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CCTV 영상으로 확인된다. 위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팔에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축하거나 그 보행을 보조하는 모습이 명확히 보이지는 않으므로,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을 크게 의지하지 않고도 보행이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이후 03:20경 피해자는 이 사전 주점 인근의 노래방 쪽으로 이동한 상태에서 친구로부터 짐을 건네받기 위해 앞서 본 것처럼 친구와 카카오톡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위 대화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의 친구는 이미 피해자의 위치가 노래방 근처인 점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전에 피해자가 전화 등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피해자는 피고인과 이 사건 주점에서 나온 이후에도 친구로부터 짐을 건네받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고, 자신의 의사를 피고인에게 전달할 수도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친구를 기다리는 사이에 혼자 인근 상점의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있을 정도로 행동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피해자가 이 사건 주점에서 위스키 샷 2~3잔을 연거푸 마시기 전까지 치킨집․편의점․주점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시차를 두고 마신 다른 술의 양(소주 반 병, 맥주 반 캔, 250㎖의 칵테일 1잔)이 피해자의 평소 주량(소주 한 병 반에서 두 병 정도)을 상회하는 정도였다고 보이지는 않고, 피해자가 이 사건 전에도 음주로 인하여 부분적으로 기억이 끊기는 단편적인 블랙아웃을 겪은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법원의 전문심리위원 K은 ‘알코올 블랙아웃은 대체로 혈중알코올농도 0.15%~0.25% 수준에서 발생하고,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시거나 공복 상태에서 술을 마실 경우 더 쉽게 나타날 수 있으며, 과거에 알코올 블랙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이후에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빠른 음주, 공복 상태, 고도주 섭취)에서 반복적으로 알코올 블랙아웃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약 40도)는 소주나 맥주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다량 섭취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혈중알코올농도가 빠르게 상승하면 평소 주량과 상관없이 해마의 기억형성 기능이 억제되어 알코올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에서 고도주인 위 스키 샷을 연거푸 2~3잔 정도 마심으로써 혈중알코올농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기억형성의 장애를 입었다고 볼 수 있으나, 더 나아가 이 사건 택시에 승차할 무렵 알코올의 영향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착용한 청바지와 부츠에 토사물이 묻어 있으므로 피해자는 이 사건 모텔 객실에 들어와 신발과 옷을 벗기 이전에 구토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머리카락에 토사물이 묻어 있었고, 특히 바지의 허벅지 안쪽에 토가 많이 묻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택시기사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택시에서 구토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고, 위 CCTV 영상에 의하면 택시가 2024. 1. 13. 03:51경 이 사건 모텔 근처 골목 앞길에 도착하여 약 3분간 정차한 상태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하차하여 이 사건 모텔이 있는 골목으로 이동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축하거나 그 보행을 보조하는 등의 모습이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객실 안에서 속이 계속 안 좋다며 두 번 정도 구토를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므로, 피해자는 시간상 적어도 택시에서 내린 03:51경 이후에야 구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과 모텔 어디에서도 직접 피고인과 술을 마시지는 않았으므로, 피해자가 택시에서 내린 이후 구토를 하면서 마신 술을 토해냈다면, 그로 인해 흡수될 알코올 양이 감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해자가 종전보다 심한 주취상태로 빠져들게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 법원 전문심리위원 K은 ‘구토는 단순히 신체의 방어적 생리 반응으로,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도 부분적 의식이유지된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므로 구토행위 자체를 의식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지표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음주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농도는 최고치에 도달한 뒤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점에서는 위 점막 자극보다는 신체피로, 탈수, 감각 불균형 등이 구토의 주요 기전으로 작용한다. 피해자가 택시를 타기 전까지는 구토를 하지 않았고 차량 이동 중에만 증상이 발생했다면 이는 차멀미 또는 전정기관의 과민 반응으로 인한 구토로 보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택시를 타기 전에는 구토 증상이 없다가 택시에서 내린 이후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구토를 한 이후에 그전보다 알코올의 영향을 더욱 강하게 받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 피해자 기억의 정확성이나 신뢰도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주점에서 위스키 샷 2~3잔을 연거푸 마신 뒤, 뒤돌아서 세 발자국 정도 간 것 이후에는 아침에 일어나기 전까지 기억이 끊겨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모텔로 간 경위나 그 과정에서 친구에게 연락하여 피해자의 짐을 건네받았던 사실은 물론 피해자가 구토를 하거나 구토하려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래쪽에 통증이 느껴져 정신을 차렸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성행위를 하고 있다가 피해자가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성행위를 그만두고 돌아눕더니 황급히 자는 척 했다는 부분은 기억하고 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는 이 사건 성행위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법원의 전문심리위원 K은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서는 해마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억제되어 새로운 정보의 저장이 차단되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일정한 수준 이상에서 조금씩 변동하거나, 감정적․시각적 자극(강한 공포, 수치심, 불쾌감, 놀라움, 성적 자극, 갑작스러운 통증, 시각적 충격 등)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에는 해마와 편도체가 일시적으로 활성화되어 특정 인상이나 이미지가 일시적으로 해마의 억제 범위를 벗어나 부분적으로 저장되어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서 특정한 짧은 장면만을 기억하는 현상은 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매우 예외적이고, 그 기억조차도 파편적이고 불완전하며 시각적․ 공간적 맥락이 결여된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고, 그 단편적 기억은 사후적으로 재구성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하여 그것이 실제로 당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진성 기억인지, 사후적으로 보정된 기억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단편적인 기억의 정확성이나 신뢰도는 낮고, 신경생리학적으로도 제한적인 설명만 가능하므로, 그 기억이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성행위 당시 상황에 관한 피해자의 위 기억은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서 형성된 것으로서 그 기억이 정확하지 아니하거나 사후적으로 재구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 피고인의 준강간 고의 유무 설령 피해자가 이 사건 성행위 당시에는 음주의 영향으로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 또는 사실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하고 이 사건 성행위를 하였을 당시에 피해자의 이러한 상태를 인식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할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에서 나와 택시를 타러 이동하면서 피고인의 팔에 팔짱을 끼고 걸어갔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겉옷을 걸쳐주기도 하였으며, 피고인과 피해자는 택시를 기다리면서 10여 분간 껴안고 있기도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위와 같은 행동이나 모습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는 것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고 선뜻 단정하기 어렵다. (2)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주점에서 나온 이후로도 피고인에게 ‘친구로부터 짐을 건네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친구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혼자 인근 상점의 화장실에 갔다 오는 등 정상적인 판단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일 수 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모습은 이 사건 주점에서 나와 동행하였던 친구와도 헤어져 피고인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모습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자신과 함께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하는 것, 나아가 성관계를 갖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사건 모텔 객실로 들어온 후에도 피해자가 그 직전과 마찬가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상태인지에 관하여 계속하여 의심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3) 피해자는 이 사건 모텔 객실 안에서도 구토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화장실이나 객실 안 다른 곳이 토사물로 더러워져 피고인이나 피해자가 이를 치웠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 혼자 객실 안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구토를 한 후 세면을 하고 나올 수 있는 상태였고 하여 함께 이 사건 주점을 나왔고, 택시를 타고 며칠 전에 미리 예약해 둔 이 사건 모텔로 이동하였다. 택시를 기다릴 때는 서로 성명도 말하고 직업도 얘기하면서 잡담을 많이 했다’라고 진술하였고, 피해자와 나눈 대화 내용으로 피해자의 성씨와 직업, 모처럼 놀러 나왔다는 피해자의 기분, 영어와 중국어로도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웃었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도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권 제116~117, 119~120, 125쪽). 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이 사건 주점과 모텔 어디에서도 직접 피해자와 술을 마시지는 않았던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주점에서 피해자와 처음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에서 어떤 언행을 보이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구토 이후 알코올의 영향을 더욱 강하게 받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로 되었다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피해자는 2025. 1. 13. 08:00경 이 사건 모텔 객실에서 일어났을 때 침대에 나체 상태로 누워 있었고, 피고인도 침대에서 상의를 벗은 채 이불을 덮고 있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모텔 객실에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는 인식과 의사로 피해자의 옷을 일방적으로 모두 벗기고 이 사건 성행위를 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깨기 전에 피해자의 속옷 정도는 입혀 놓거나 피고인도 옷을 입고 있는 등으로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5)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가 아침에 일어나 ‘왜 동의도 없이 벗기고 성관계를 했냐’고 묻자 ‘안했어. 됐지’라며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였고, 경찰의 입건전조사 당시 수사관으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성관계는 없었습니다’라며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였다가, ‘속옷 등 증거가 국과수에 갔다’는 말을 듣고서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말하겠다’라며 상황을 부연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성관계 사실을 부인한 이유에 관하여,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후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더니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고 하여 경계심이 생기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만약 성관계를 했다고 말하면 피해자가 동의한 적 없는데 라는 식으로 나올 것 같아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끌려다니기 싫었기 때문이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보인 반응에 당황하거나 의아해할 수는 있더라도 단지 경계심만으로 적극적으로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게 되었다는 피고인의 변명이 석연치는 않다. 그러나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이 사건 성행위 당시 사정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질문이나 경찰의 연락에 응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답변했다가는 자칫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방어적으로 일단 부인하는 답변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 성행위 당시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이는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
4. 결론
준강간 사건은 피해자의 의식 상태와 피고인의 고의라는 두 가지 복잡한 요소를 동시에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피의자나 피고인이 법률 지식 없이 혼자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다가는 사실관계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중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전문심리위원의 의견, CCTV 영상 분석, 피해자 진술의 신뢰도 등 다양한 증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와 고의를 다투기 위해서는 준강간 등 성범죄 사건에 경험이 풍부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준강간을 비롯한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된 경우에는 즉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