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증거와의 부합 여부가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자주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준강간죄는 형법 제299조에 따라,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12.18>
여기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해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든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러한 상태였는지, 그리고 가해자가 그 상태를 이용하였는지가 반드시 증명되어야 합니다.
피해자 진술 신빙성의 중요성
성범죄 사건은 목격자가 없는 밀실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이 유죄 인정의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객관적인 증거와 모순되지 않아야 합니다.
반대로 진술의 주요 내용이 여러 차례 변경되거나,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는다면 유죄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게 됩니다.
2. 사건의 개요
공소사실의 내용
피고인은 피해자의 남편과 함께 피해자의 자택에서 술을 마시던 중, 남편이 술에 취해 잠들고 피해자도 싱크대 앞에서 잠이 들자, 피해자의 음부를 손으로 만지고 바지와 팬티를 내린 후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사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 즉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간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원심은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가 만취하여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니었고, 피해자에게 성적 접촉을 한 사실도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사건 당일 경찰이 출동하게 된 경위는 준강간 범행 때문이 아니라, 노래방 대금 문제로 남편과 분쟁이 생겨 피고인이 살려달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다투었습니다.
3. 법원의 무죄 판단
진술 내용의 변경과 불일치
항소심 법원은 피해자와 남편의 진술이 범행의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을 무죄의 핵심 근거로 삼았습니다.
사건 현장에서의 최초 진술과 경찰 진술, 그리고 법정 진술을 비교하면, 범행 장소가 안방에서 거실로 바뀌었고, 범행 내용도 준강제추행 내지 준유사강간에서 준강간으로 변경되었으며, 범행이 중단된 경위도 서로 다르게 진술되었습니다.
이처럼 핵심적인 사실관계에서 진술이 여러 차례 변경되고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진술을 유죄의 근거로 삼기 어렵습니다.
객관적 증거와의 불일치
피해자의 성기에서 채취한 증거물을 감정한 결과, 다른 남성의 DNA는 발견되었으나 피고인의 DNA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귀가 후 식초와 청결제, 비누를 사용하여 여러 번 씻었다고 진술하였으나, 법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사정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성폭력 증거 채취를 위해 출동 경찰관과 이동하던 중 남편과 통화한 후 돌연 귀가하여 증거 채취를 거부하고, 이튿날 세척 후 다시 센터를 방문하여 검사를 마쳤다는 점도 신빙성을 저해하는 사정으로 고려되었습니다.
사건 이후 정황의 의심스러운 점
피해자의 남편은 사건 이후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피해자가 허위진술을 했다고 하고, 피고인이 무고죄로 고소하지 않으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였습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아내가 준강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오히려 피고인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이러한 말을 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사건 이후의 정황도 피해자 측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중요한 사정으로 종합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는 사건 당시 만취하여 잠들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적 접촉을 한 적도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4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2. 1. 19. 21:50 ~ 22:15경 사이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피해자 C(가명, 여, 45세)의 집 주방 겸 거실에서 피해자의 남편 D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위 D이 술에 취해 잠이 들고, 피해자도 술에 취해 싱크대 앞에서 잠이 들자 피해자의 음부를 손으로 만지고 바지와 팬티를 발목까지 내린 후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반항하기 어려운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준강간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 피해자의 자택에서의 최초 진술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손목을 끌어당기고 안으려고 하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던 D이 그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내용이었다가, 경찰 1회 진술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피해 진술이 이루어진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그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진술 내용 자체가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위와 같이 최초 진술에서 준강간 피해 사실을 숨긴 데에는, 사건화를 꺼리는 D의 직·간접적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이 사건 피해 진술의 일관성은, D이 사건화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이혼 등을 언급하면서 이를 번복시키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집요한 요구와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를 이겨낸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피해자에게 이 사건 준강간에 관하여 피고인을 무고하거나 허위로 진술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 D이 피고인을 폭행하거나 피고인에게 상처를 입힌 사실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이 발생하였다거나 D이 노래방 대금 부담 문제와 관련하여 피고인과 의견 대립을 보였다고 하여도, 피해자가 주장하는 이 사건 준강간 범행의 내용이나 중대성 등에 비추어 피고인을 적극적으로 무고할 동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3) 경찰 출동의 경위 및 출동경찰관이 확인한 현장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이 있기 전 당시 술자리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가 돌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D이 배우자인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목격한 남편의 반응으로 매우 자연스럽다. 반면, 피고인 주장의 경위 사실은 액수가 그다지 크지 않은 노래방 대금 문제 때문에 D이 부인이 보는 앞에서 갑자기 타카 드릴까지 들고 피고인을 위협하거나 피고인이 스스로 겁에 질려 살려달라고 소리쳤다는 것인데, 이는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와 D의 진술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증명하기에는 그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고, 달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준강간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1) 주요 부분에서의 진술 변경, 불일치 가) 출동 당시의 진술 (1) 피해자는 사건 당시 현장 출동경찰관에게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남편 D의 지인인 피고인과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하여 먼저 방에 들어와서 잠을 자던 중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손이 들어와서 남편인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알고 보니 피고인이어서 수회 거절을 하였으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으려고 했고 이 광경을 목격한 남편이 피고인의 멱살을 잡고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남편의 손에 상처가 났다.” (2) D은 위 경찰관에게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안방으로 먼저 자러 들어가고 본인도 피고인과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자던 중 기분이 이상하여 피해자가 자고 있던 안방에 들어가니 피고인이 피해자를 올라타고 있었고 피해자의 팬티가 벗겨져 있어 피고인의 멱살을 잡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손에 상처가 났다. 흥분되어 진술서를 쓸 수 없어 아내인 피해자가 대신 작성하였다.” (3)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작성한 진술서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목을 잡자, 피해자는 ‘그만하세요. 남의 여자 만지지마세요’라고 했는데 반복이 되었고, 남편이 화장실을 나오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추행 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 ‘그만하라’ 하는 과정에 피고인이 문으로 가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소리를 질러 경찰이 왔다.” 나) 경찰에서의 진술 (1) 피해자의 경찰 진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가 같다. “싱크대 쪽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음부에 성기가 삽입되는 느낌이 나서 눈을 떠보니 피고인이 보였다. 그래서 남편을 크게 불렀다. 남편이 그 장면을 보더니 놀라서 피고인을 제압했다. 피고인이 남편에게 제압당했을 때 피고인의 팬티 색깔이 약간 푸른 색깔로 보였고 영어로 빨간 글씨가 쓰여 있었다.”, “당시 피고인의 몸을 밀쳤는데 힘이 약해서 밀쳐지지 않았다. 바로 남편이 와서 도와줬다.”, “남편이 피고인을 피해자에게서 떼어 놓았을 때 피고인의 바지와 팬티가 성기가 나올 만큼 내려와 있었고, 성기도 밖으로 나와 있었다.” (2) D의 경찰 진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졸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빠, 오빠’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가 발목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그 때 피고인이 피해자 옆에서 일어서더니 바지 지퍼를 올리고 있었던 것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다)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범행 직후 상황에 대하여 피해자는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준강간 사실을 알게 된 후 남편을 불러서 깨웠고 그러자 피고인이 일어나면서 바지를 추스르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의 남편 D은 원심 법정에서도 위 피해자의 법정 진술 및 위 나)항의 본인 경찰 진술과 유사하게 진술하였다. 라) 소결 이처럼 피해자와 남편 D의 진술은 범행의 주요 부분, 즉 범행 장소(안방 → 거실), 범행 내용(준강제추행 내지 준유사강간 → 준강간), 범행 중단 경위(피고인이 피해자 위에 올라타 있던 것을 남편이 떼어 냄 → 피고인이 스스로 멈추고 바지를 추스르다가 남편과 몸싸움을 함)에 관하여 일관되지 않거나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2) 출동 당시의 상황 및 유전자 검사 과정에서의 피해자, D 진술의 신빙성을 저해하는 사정 가) 출동경찰관 중 1인인 E의 원심 법정 진술 내용과 피해자의 신체 채취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감정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출동했을 당시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편 D, 피고인 셋 다 그렇게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 즉, 보행을 제대로 못하거나 말을 어눌하게 하는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2)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의 남편이 신고 있던 양말 속에 피고인의 휴대전화가 있어서 경찰관이 이를 빼서 피고인한테 돌려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3) 당시 거실에 못 박는 기계(드릴)가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남편이 드릴을 피고인의 머리에 갖다 대며 위협했다고 진술하였다. (4)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편이 진술서를 쓰면서 방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오겠다고 해서 쓰고 가시라고 했는데, 그래도 이야기하고 오겠다고 했다. 피해자의 남편이 이야기를 할 때 피해자가 ‘이거야, 이거야, 이거야’ 이런 식으로 말을 막는 등 서로 말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방에 들어갔다 나오니까 말이 좀 맞게 되었다. 피해자가 진술을 주도했고 피해자의 남편 진술서도 피해자가 썼다. (5) 피해자는 진술서를 계속해서 다시 쓰겠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종전 진술서를 가스 불에 태운 다음 싱크대에 담가 훼손하기도 하였다. (6) 피해자는 E와 함께 성폭력 증거 채취를 위하여 해바라기센터로 이동하다가 D과 통화를 한 뒤 변심하여 성폭력 증거 채취를 하지 않은 채 귀가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드라이브 가고 싶다’면서 시간을 끌기도 하였고, ‘경찰차 안에서 녹음이 되냐’는 취지로 물어보기도 하였다. (7) E는 피해자에게 ‘나중에라도 증거를 채취하고 싶으면 씻지 말고 해바라기센터에 가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피해자는 위와 같이 증거 채취를 하지 않고 집에 돌아간 바로 다음날인 2020. 1. 20. 재차 해바라기센터에 방문하여 질문지에 질 세척을 하였다고 체크한 다음 성폭력 증거 채취를 마쳤다. (8) 피해자의 성기 채취 증거물에 대한 감정 결과 다른 남성의 디엔에이형은 발견되었으나 피고인의 디엔에이형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 위와 같은 진술 내용과 객관적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와 D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에서 검사를 마치지 않고 돌아온 후 불쾌해서 식초와 청결제, 비누를 사용해서 여러 번 씻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성기 채취물에서 다른 남성의 DNA만 발견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손가락 삽입이나 사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성기 삽입의 경우 질내 사정이 있었던 성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포양이 적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일응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고, 피해자의 성기에서 다른 남성의 디엔에이형만 검출되고 피고인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지 않은 것은 ‘성기를 식초, 청결제 등을 사용해 여러 번 씻었다’거나 ‘피고인의 성기가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되었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저해하는 사정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2) 피해자는 경찰 출동 당시에는 당황하고 부끄러워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출동경찰관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남편과 상의하면서 기존 진술서를 여러 번 훼손하면서까지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진술서에 준강간 사실이 빠져 있는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피해자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남편이 거실에서 자고 있다가 피해자가 ‘오빠’라고 불러서 피해사실을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남편이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면서 피해사실을 목격하게 되었다.”는 아예 다른 사실을 진술서에 기재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고, 특히 피해자가 사건 직후 진술서를 여러 번 고치면서 기억을 되살렸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3) 경찰관의 진술에 의하면 출동 당시 D은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자신의 양말 속에 넣어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D도 노래방비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노래방비 때문에 D이 피고인을 폭행하여 소란이 발생하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했다는 피고인의 진술과 부합한다. (4) 한편, D은 경찰에서 “준강간 범행 발생 이후 피고인에게 ’내가 너 술도 많이 사주고 좋은 형인데 노래방비 30만 원 안주려고 그러느냐‘는 말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자신의 바로 앞에서 아내가 준강간을 당하였는데 그 이후 뜬금없이 노래방비 30만 원을 언급했다는 위 진술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5) D은 원심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위 진술에 의하더라도 노래방비 때문에 D이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빼앗는 등의 실랑이를 하다가 싸움이 벌어졌고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였다고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반면, “준강간 범행을 한 피고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했다.”는 피해자 측 주장과는 들어맞지 않는 면이 있다. (6) 출동경찰관의 진술에 의하면 사건 현장 거실에 전동 드릴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와 D은 D이 전동 드릴로 위협한 사실이 없다거나 아예 자신들의 집에는 전동 드릴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D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였다는 사실을 계속 숨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7) 사건 당시 피고인이 살려달라고 소리쳐서 인근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이지 이 사건 준강간 범행으로 신고가 되어 출동한 것이 아니다.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의 남편 앞에서 피해자를 준강간하다가 적발되었다면 사과하기는커녕 살려달라고 소리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특히 피해자와 D의 진술에 의하면, “D이 위험한 물건으로 피고인을 위협하지 않았고 심하게 때린 적도 없으며 단순히 제지만 하였을 뿐임에도 갑자기 피고인이 도망치다가 웃으면서 이웃 주민이 들을 정도로 살려달라고 크게 소리쳤다.”는 것인바, 이는 그 진술 자체로 쉽게 믿기 어려운 내용이다. 반면 노래방비 문제로 D이 전동 드릴을 들고 피고인을 위협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피고인이 살려달라고 소리쳐서 경찰이 출동했다‘는 객관적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D의 일부 진술과도 부합한다. 3) 사건 이후의 정황 가) D은 2022. 2. 3. 피해자와 함께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이 준강간 범행을 인정하고 있지도 않고, 그에 대하여 사과를 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내가 교통정리 하겠다는데 왜 그거를 못 따라줘?’, ‘얼마나 미안하겠냐 내가’, ‘다시 원점으로 안 돌아갈 거야?’, ‘아이고, 사과를 다 했잖아’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그 다음날에는 피고인에게 전화로 ‘허위진술 했다고 이야기하면 다 끝나. 그러면 아무것도 없이 끝나는 거야, 서로가. 니가 예를 들어가지고 무고죄로 고소 안 했다고 그러면 되고’라고 말하였다. 나) D은 나아가 원심 공판이 진행되던 중인 2022. 12. 14.과 당심 공판 진행 중인 2023. 11. 21. 및 24.에도 피고인에게 전화통화로 ‘합의점을 찾자’, ‘적당히 이제 끝날 사건을 너무 불리지 마’, ‘서로 살길을 찾아보자’, ‘일이 이렇게 벌어질지 나도 이렇게 알았냐?’, ‘합의서 써주겠다고 얘기했잖아’라고 말하였는데, 피해자는 위 통화 중 일부 통화 시 D의 옆에서 D의 말을 듣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자신의 눈앞에서 부인이 준강간 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D이, 피고인에게 “피해자는 허위진술을 했다고 하고, 피고인은 무고죄로 피해자를 고소하지 않으면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나, 피해자 측이 원심의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합의를 거부하는 피고인을 상대로 계속 합의하자고 종용하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이는 위 제2의 다.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4. 결론
준강간 사건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진술 증거의 신빙성을 둘러싼 법적 판단이 매우 전문적이기 때문에, 당사자 혼자서 이를 분석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진술의 모순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객관적 증거와의 불일치를 법리적으로 주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준강간 혐의로 기소되었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면, 지금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