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취향을 공유하는 당사자들 사이의 이른바 ‘SM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가 범죄로 고소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합의된 SM 플레이를 둘러싸고 유사강간, 상해, 강요 혐의가 적용된 실제 사례를 통해 각 혐의의 성립요건과 법원의 판단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유사강간죄와 상해·강요죄의 성립요건
유사강간죄란 무엇인가
유사강간죄는 형법 제297조의2에 규정된 범죄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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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297조의2(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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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유사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즉 피해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이러한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반드시 증명되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면 유사강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해죄와 강요죄의 핵심 요건
상해죄는 타인의 신체를 다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이고,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입니다.
두 범죄 모두 피고인에게 그러한 행위를 저지르겠다는 의도, 즉 고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당사자 사이에 특정 행위에 대한 사전 합의가 있었다면, 합의된 범위 내에서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상해죄나 강요죄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2. 형사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 판단
엄격한 증명의 원칙
형사재판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만약 검사의 증명이 그러한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는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행의 시일과 장소까지 포함하여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하며, 단순히 범행이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 진술만 있는 경우의 신빙성 기준
피고인이 공소사실 전부를 강하게 부인하고, 직접적인 증거가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뿐인 경우에는 그 진술에 거의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신뢰성이 요구됩니다.
이때 신뢰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타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 진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달라지거나, 진술 내용이 경험칙에 비추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면 그 신뢰성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3. 이 사건의 경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과 피해자는 성소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후,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며 SM 플레이를 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대화 과정에서 피해자는 항문성교나 구강성교는 거부한다고 밝혔고, 심하게 때리는 행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였으며, 어느 정도의 가학적 접촉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이 사전에 예약해 둔 모텔 객실에서 두 사람은 약속한 SM 플레이를 진행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신고 경위
피해자는 SM 플레이가 있었던 다음 날, 피고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어 합의 없는 촬영, 항문에 도구를 삽입한 행위, 발바닥 및 엉덩이에 생긴 상처 등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였습니다.
그러다 약 한 달여가 지난 후에야 피해자는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는데, 당시 제출한 진정서에는 유사강간 피해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술을 여러 차례 변경하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고인이 삽입하였다는 도구의 종류나 행위 방식 등에 관한 진술이 오히려 더 구체화되는 이례적인 양상을 보였습니다.
유사강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되는 점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유사강간 피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행위가 끝난 직후, 피고인에게 항문에 도구를 넣어봐도 되겠냐고 스스로 제안하였다는 점도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피해자가 모텔을 나간 후에도 피고인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계속해서 요청한 행동 역시, 유사강간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행동으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상해·강요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SM 플레이 전 당사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 플레이의 지속 시간, 피해자의 성별과 나이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4시간 이상 폭행을 계속하였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팔꿈치, 무릎, 발바닥 등에 실제로 상처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피해자가 스스로 동의한 SM 플레이가 장시간 지속되면서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인식하지 못한 채 부수적으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에게 상해와 강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최종 결론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신뢰성과 증명력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유사강간, 상해, 강요 혐의 모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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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Ⅰ .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2. 5. 7. 저녁 무렵 성소수자 커뮤니티인 ‘B’를 통해 피해자 C(가명, 남, 21세)를 알게 되어, 피해자와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만나서 ‘SM 플레이(가학적으로 성적인 접촉을 하는 역할극)’를 하기로 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원하는 가학행위의 정도가 서로 달랐으나 피해자와 서로 협의하여 가학행위의 범위를 조율하기로 하고, 피해자가 ‘일회성 만남에서 항문성교나 구강성교는 하지 않는다, 본디지(몸을 결박하는 것), 블라인드(안대로 눈을 가리는 것), 도그(개처럼 기는 것), 유두개발(가슴을 애무하는 것), 약스팽(손바닥 등으로 약하게 때리는 것) 정도는 관심 있긴 한데’라고 말하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항문 성관계 등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피고인이 ‘좀 더 하드하게 괴롭힐 수 있다는 거’라고 말하자 피해자가 ‘하드하게 괴롭힌다는 게 스팽만 아니면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스팽도 포함인데, 중요한 건 멍들게 하거나 다칠 정도로 하진 않는다는 거’라고 말하자 피해자가 ‘그럼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가학적 접촉에는 동의하였으나 심하게 때리는 등의 행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1. 유사강간 피고인은 2022. 5. 8. 01:00경 서울 종로구 D모텔’ E호에서 피해자를 만나, 미리 약정한 대로 ‘SM 플레이’를 하기로 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전부 벗게 한 뒤 피해자의 손과 발을 결박하고, 피해자의 눈에 안대를 씌운 뒤 피해자가 바닥에 팔꿈치와 무릎을 대고 엎드리고 있을 때 갑자기 피해자의 항문에 불상의 도구를 삽입하여, 피해자의 항문에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하였다. 2. 상해, 강요 피고인은 위 제1항 기재와 같은 일시·장소에서, 위 제1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눈을 가리고 결박한 채 ‘SM 플레이’를 하던 중 피해자가 동의한 범위를 넘어 피해자의 엉덩이와 발바닥을 나무 소재 구두주걱으로 30회 이상 때리고,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가학행위를 멈출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듣지 않은 채 수 시간 동안 피해자로 하여금 나체 상태로 무릎과 팔꿈치를 이용하여 바닥을 기어 다니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팔꿈치 및 무릎의 타박상 등을 가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Ⅱ .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1.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문에 도구를 넣는 유사강간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공소사실 제1항). 2.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된 범위 내에서 이른바 ‘SM 플레이’를 하였을 뿐,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없고, 그에 대한 고의도 없었다(공소사실 제2항). Ⅲ . 판단 1. 인정 사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전후로 아래와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2. 5. 7. 저녁경 성소수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B’에서 대화를 하게 되었고, 이후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SM 플레이’를 하기로 하였다.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해자: 어떤 플 말씀하시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나. 피해자는 2022. 5. 8. 01:00경 피고인이 미리 묵고 있던 서울 종로구 소재 ‘D모텔’ E호에 도착하였고, 같은 날 08:30경 위 모텔에서 나갔다. |
4. 결론
이처럼 SM 플레이와 관련된 형사 사건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당사자 사이의 합의 범위, 피해자 진술의 신뢰성 등을 정밀하게 다투어야 하므로, 피고인 혼자서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분석하고, 합의 경위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전략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