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7. 9. 02:10경부터 08:45경까지 사이에 성남시 수정구 B건물, 지층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처음 만난 피해자 C(여, 26세)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이 들자 피해자를 간음할 것을 마음먹고, 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의 하의를 벗기고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가.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에 2023. 7. 9. 02:30경, 05:00경, 08:30경 세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23. 7. 9. 02:30경부터 08:45경까지 사이에 피해자를 준강간하였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어떤 성관계를 준강간죄로 기소한 것인지 특정되지 않는다.
나. 또한 피해자는 세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할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도 없었다.
3. 판단
가.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는지에 대하여
1)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의 특정은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공소사실과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물건 등을 적시하여 일응 특정하게 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게 적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는 한 그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664 판결 등 참조).
2)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행시간이 다소 개괄적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정신이 들었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와 성행위를 하면서 사정을 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안에다가 사정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하니 피고인이 ‘정관수술을 해서 괜찮다. 아까도 한 번 했다’고 말했다”, “피고인과 성관계 횟수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번, 기억나지는 않지만 피고인이 ‘아까도 한 번 했다’고 하는 한 번, 총 두 번이라고 기억한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08:30경 성관계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5, 214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6, 7, 19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성관계가 두 번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자신이 기억하는 성관계는 한 번이라고 진술하였다.
나) 검사는 2024. 5. 9. 이 법원에 “범행이 이루어진 시점이 공소장에 기재된 시간에 포함되어 있다. 피해자가 당시 만취하여 잠들었다 깨어나는 것을 반복하여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범행시간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주장한 성관계가 있었던 시각을 기준으로 범행시간을 특정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에 기초하여 피해자가 의식 상태에서 직접 느꼈던 범행은 피해자가 눈을 떴을 때의 것이고, 피해자가 진술한 ‘아까도 한 번 했다’는 피고인의 발언만으로는 위 범행 이전에 추가적인 간음행위가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검사는 1회의 간음행위를 특정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즉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피해자가 기억하고 있는 한 번의 성관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 피해자가 범행시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공소사실과 같이 범행시간을 다소 개괄적으로 특정한 것은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 또한 피고인이 2023. 7. 9. 02:30경, 05:00경, 08:30경의 세 번의 성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피해자가 직접 기억하는 성관계는 한 번이고, 검사도 피해자가 기억하는 한 번의 성관계를 대상으로 기소하였다고 밝혔으므로, 공소사실의 성관계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2023. 7. 9. 05:00경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이 없고, 실제로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였다.
나. 준강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하나의 객관적 사실 중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진술하게 되고,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까지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즉,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거나,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객관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만을 부인하는 경우 등과 같이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나)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9422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등 참조).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지만,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앞에서 본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한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해자는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하였고, 피고인은 2023. 7. 8. 20:00경 오픈채팅방에 접속하여 피해자와 채팅을 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드라이브를 겸해서 피해자가 있는 시흥시에서 성남시 수정구 B건물, 지층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로 이동해서 함께 술을 마시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32경 주거지에서 출발하여 21:15~21:30경 피해자를 만나 차량에 태웠고, 22:00경 피고인의 주거지에 도착하였다.
나) 피고인은 2023. 7. 8. 22:22경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회와 매운탕을 주문하였고, 22:27경 인근 편의점에서 양주를 구매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고, 이후 주머니 안에서 질문이 적힌 젠가를 뽑는 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셨다. 피해자는 회가 배달되기 전에 양주를 1잔, 회가 배달된 후 젠가 게임을 마칠 때까지 양주에 콜라와 얼음을 섞어 5~6잔, 총 6~7잔 정도의 술을 마셨다(증거기록 24, 27, 199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5, 12면).
다) 피해자는 2023. 7. 9. 10:00경 서울 성동구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하였기 때문에 오전 8시에 알람을 설정하여 두었다. 피해자는 2023. 7. 9. 08:00경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깼으나 음주로 인하여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지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약속시간을 13~14시로 변경하고 알람시간을 변경하였다(증거기록 26, 201, 202, 216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15, 18면).
라)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3. 7. 9.경 불상의 시점에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마)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3. 7. 9. 12:00경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깼고, 피고인은 피고인의 주거지 앞에서 성수역으로 가는 D택시를 호출하면서 피해자에게 택시비 명목으로 2만 원을 주었다. 피해자는 2023. 7. 9. 12:18 피고인이 호출한 D택시에 탑승하여 12:56 성수역 인근에서 하차하였다.
바)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과 서로 연락하지 않다가 2023. 8. 7.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하여 임신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피해자는 같은 날 임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연락을 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고, 피고인의 주거지로 찾아갔으나 주거지에 아무도 없었다. 피해자는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방문하여 피고인의 거주지를 말하면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같은 날 18:08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사) 112 신고사건처리표의 ‘사건개요’란에는 “얼마 전에 모르는 사람을 만났다. 성관계를 했는데 정관수술을 했다고 했는데 속은 것 같다. 피고인의 집 앞에 와 있다. 울며 신고했다”는 취지로, ‘종결사항’란에는 “피해자의 진술을 청취한바,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데낄라 6잔을 먹은 뒤 새벽 1시쯤 피해자는 정신을 잃었고, 새벽 5시경 일어나 보니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을 때 1회 관계를 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후 피고인이 자신은 정관수술을 하였으니 한 번 더 관계를 맺자고 하여 이후 동의 후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임신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어 관계를 맺은 장소로 와서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려 문을 두드렸지만 내부에서 응답이 없어 신고를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3) 구체적 판단
가)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는 2023. 8. 8.과 2023. 10. 20.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와 이 법정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1)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고인과 함께 술을 6~7잔 정도 마셨고, 2023. 7. 9. 01:30경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증거기록 24면). 정신이 들었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와 성행위를 하면서 사정을 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안에다가 사정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하니 피고인이 ”정관수술을 해서 괜찮다. 아까도 한 번 했다“고 말했다. 그 이전이나 이후의 성관계는 기억나지 않는다(증거기록 25, 214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6, 7면).
(2)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성관계를 당했고,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한 적이 없다(증거기록 22, 217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8면).
나) 그러나 앞에서 인정한 사실 및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해자는 2023. 8. 7. 18:08 112 신고를 하면서 경찰관에게 ‘얼마 전에 모르는 사람을 만나 성관계를 했는데, 정관수술을 했다고 했는데 속은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해자는 위 신고를 받고 피고인의 주거지 앞으로 출동한 경찰관에게는 ‘2023. 7. 9. 05:00경 일어나보니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을 때 1회 관계를 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후 피고인이 정관수술을 하였으니 한 번 더 관계를 맺자고 하여 동의 후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하였다. 즉 피해자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인 피해자가 기억하고 있는 한 번의 성관계에 대하여 ‘2023. 7. 9. 05:00경 일어나 피고인과 동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고,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맺은 시간 및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피해자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질내사정을 한 사실과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안에다 하면 어떻게 하냐’고 말하자 피고인이 ‘정관수술을 해서 괜찮다. 아까도 한 번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성관계 당시의 상황을 일부 기억하고 있었다.
한편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112 신고사건처리표에 기재된 내용에 대하여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 횡설수설 이야기했고, 동의했다고 경찰관에게 이야기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22, 23면). 그러나 112 신고에 따라 현장에 출동하여 피해자로부터 직접 진술을 청취한 경찰관이 성범죄에서 ’동의‘와 같이 중요한 요소를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임의로 기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피해자의 진술을 제외하고는 112 신고사건처리표에 기재된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볼 근거도 없다. (2) 피고인과 피해자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일시와 같은 날 앞에서 본 인정사실의 라)항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앞에서 본 것처럼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안에다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정관수술을 해서 괜찮다’고 말한 성관계와 관련된 것이다. 위 대화내용 중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정관수술에 관하여 이야기한 것을 보면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공소사실의 성관계 이후인 것은 분명하다(위 112 신고사건처리표의 피해자의 진술이나 피고인의 주장을 종합하면, 2023. 7. 9. 05:00 이후로 보인다). 그런데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성관계가 좋았느냐는 질문에 피해자가 긍정적으로 답하고 피고인에게 정관수술을 한 이유를 묻는 등 피해자의 태도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서 의사에 반하는 준강간을 당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마친 사람의 태도로 보인다. 이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한편 피해자는 위 대화 녹음파일의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위 대화를 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위 대화를 나눌 무렵에 피해자에게 음주로 인한 영향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위 대화는 위에서 본 것처럼 2023. 7. 9. 05:00 이후에 나눈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의 말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피고인에게 정관수술을 한 이유를 묻기도 하는 등 당시 피해자가 의식상실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피고인은 2023. 7. 9. 08:30경 세 번째 성관계를 한 이후 위 대화를 녹음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02면). 만일 위 대화가 피고인이 진술한 시점에 이루어졌다면, 피해자는 위 대화를 한 때로부터 약 6~7시간 전에 음주를 마쳤고, 05:00경의 상황 및 08:00경 알람을 듣고 일어난 상황을 기억하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술을 더 마시지 않은 상황에서 08:30경 이후에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납득하기는 어렵다.
(3) 피해자는 주량이 소주 반병에서 한 병 정도라고 진술하였고(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13면), 피해자는 2023. 7. 8. 22:30경부터 3시간 내지 그 이상 동안 양주를 1잔, 양주에 콜라와 얼음을 섞어서 5~6잔 마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오전 10시에 예정된 약속을 미루는 등 음주로 인하여 신체 및 의식 상태가 저하된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가 위와 같은 정도의 음주를 할 경우 의식상실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앞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의 주장이 112 신고기록에 남아 있는 피해자의 진술 및 피해자와 피고인의 대화내용 등 객관적 자료에 부합하고 있어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의 성관계 당시 피해자가 의식상실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가 공소사실의 성관계에 동의하였으나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에 기인하여 성관계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피해자는 2023. 7. 9. 정오 이후에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나와 피고인이 불러준 택시를 타고 가 성수역에서 지인을 만났고, 한 달여 동안 피고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으며 경찰에 피고인을 신고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2023. 8. 7.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야 피고인과 이야기하고자 하였으나 피고인과 연락이 닿지 않고 만날 수도 없자 경찰에 피고인을 신고하였다. 피해자의 최초 112 신고를 하였을 때 그 내용은 피고인으로부터 준강간을 당했다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성관계를 했는데 정관수술을 했다고 속인 것 같다‘는 취지였다. 피해자가 공소사실의 범행일시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2023. 8. 7. 임신 사실을 알고 피고인에게 연락을 하였다가 경찰에 신고하게 된 경위와 최초 신고한 내용도 준강간의 피해자라고 보기에는 이례적이다.
4.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