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 특히 사회적 약자를 피해자로 하는 사건에서는 실제 범행 여부와 무관하게 피고인이 심각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강간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장애인 강간죄의 성립요건과 법원의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반면에 피해자의 자궁경부와 질 내부에서는 피고인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폭행·협박의 증거도 없고 간음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창원지방법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투병 중이어서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독립적인 상황 판단, 의사결정, 일상생활이 어려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 A(여, 75세)의 집 근처에 살면서 이웃으로서 피해자와 알고 지내 피해자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2024. 4. 8. 08:39경 김해시 <주소>에 있는 피해자의 주거지 안방에서, 피해자의 하의 바지와 속옷을 손으로 잡아당겨 벗기려고 하자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여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피해자의 뺨을 1회 때리는 등으로 피해자를 위협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제압한 후 피해자를 안방 침대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간음하여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려고 시도한 사실은 있으나,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뺨을 때린 사실은 없고 그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한 사실도 없으며, 피고인 역시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피해자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투병 중인 사실도 알지 못했다. 3. 판단 가. 먼저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1) 피해자는 2021. 5. 27.경 '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인지기능의 저하로 독립적인 상황 판단, 의사결정, 일상생활이 어려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증거기록 64쪽). (2) 피해자의 딸 C은 2024. 4. 8. 08:45경 김해시 <주소>에 있는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였다가, 출입문과 안방 문이 열려 있고, 피해자가 하의를 벗은 채 안방 침대 위에 누워 있고, 피고인 역시 하의를 벗은 채 피해자 위에 올라타 있다가 C이 다가오자 상체를 일으키는 장면을 목격하였다(증거기록 25, 26쪽). (3)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피고인의 바지(겉면), 팬티(겉면, 안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DNA형이 혼합되어 검출되었고, 피해자의 외음부에서도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증거기록 156, 195쪽). 나.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간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① 피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한 경찰관의 질문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거나 엉뚱한 답변을 하는 등 어떠한 의미 있는 진술도 하지 않았다(증거기록 108~117쪽). ② 한편 피해자의 딸인 C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하의를 벗은 채로 피고인이 피해자 위에 올라타 있는 장면을 목격하였을 뿐, 어떠한 경위로 그와 같은 상태가 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전혀 목격한 바 없다. ③ C은 "처음 보았을 때 저는 피고인이 우리 엄마(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증거기록 27쪽)고 하며 그 근거로 "피해자는 평소에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몸에 힘이 없어 숟가락을 들어도 덜덜 떨 정도로 신체능력이 허약하여 눕히거나 옷을 벗기더라도 저항할 체력이 되지 않는다."(증거기록 30쪽)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위 C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매일 아침 집에서 약 100미터 떨어진 C의 집까지 식사를 하러 다녔다는 것이고, 피해자에 대한 진료기록을 보더라도 비록 고령과 치매로 인한 인지기능 및 체력 저하가 있기는 하지만, 혼자 살며 일상적인 보행과 식사, 주간보호센터 활동 등 일상생활을 큰 무리 없이 한 것을 엿볼 수 있으므로(증거기록 71~79쪽), 이 부분 C의 진술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을 처음 만난 경찰관이 작성한 입건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였으나 나이가 있어 발기도 잘 되지 않아 30초에서 1분 정도 관계를 가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증거기록 84, 85쪽), 피고인이 10여 년 전과 2021년 무렵 두 차례 뇌경색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2021. 4. 14. '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진단을 받아 의사소통이나 단기 기억력에 상당한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31, 55, 87쪽), 위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은 수십 년간 이웃으로 살아온 피해자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하였다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정상적인 인지기능 상태에서 위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위와 같은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어떻게 피해자와 성관계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지,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어떠한 폭행 또는 협박 등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것인지를 알 수도 없다. (2) 한편 피해자에 대한 진료기록에 따르면, 피해자와 함께 병원에 내원한 피해자의 딸 C이 피해자의 증세에 관하여 '문을 잠갔는지에 집착한다'(2023. 9. 23.), '최근 집이 무섭다고 한다'(2024. 1. 13.), '밤에 무서워서 잠을 못 잔다', '혼자 집에 누워있으면 사람이 들어온다고 하고 무서워서 못 있겠다고 말하는 횟수가 늘었다'(2024. 1. 27.), '집이 무섭다, 시커먼 사람이 오는 것 같다고 한다'(2024. 3. 2.)는 등의 언급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증거기록 71~79쪽), 위와 같은 말을 한 시점은 모두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일뿐만 아니라 그것이 피고인의 행위 때문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였음을 추단케 하는 간접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 진료기록에 따르면 피해자는 망상장애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가 실제로 보거나 겪은 게 아닌 망상장애로 인하여 위와 같은 말을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나아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피해자의 자궁경부와 질에서는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므로(증거기록 156쪽), 피고인이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결론
장애인 강간 혐의처럼 사회적 낙인이 극히 강한 사건에서 피고인 혼자 모든 증거를 검토하고 법적 반론을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건은 법리가 복잡하고 DNA 감정 등 전문적인 증거 분석이 수반되기 때문에,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 없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와 법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사건에 처하게 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