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을 벌금 8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간의 점은 무죄.
위 무죄 부분에 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양주시 B에서 ‘C’ 이라는 상호의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피해자 D(여, 41세)와 내연관계에 있었다.
1. 상해
피고인은 2020. 11. 5. 11:00경 양주시 E건물 F호에서 피해자와 미지급임금 및 채무관계 문제로 언쟁을 하던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양손을 붙잡자, 이에 피해자가 그 손을 뿌리치면서 ‘더러운 손 치워라’고 말하여 화가 나,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뺨을 1회 때려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턱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2. 명예훼손
피고인은 피해자가 미지급임금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기 위해 거래처인 G에 방문하여 사실확인서를 받게 되자 피해자와 내연관계였던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고, 2021. 1. 5.경 불상지에서 거래처인 G 대표 H에게 전화하여 ‘피해자와 나는 내연관계인데, 무슨 일을 하였다고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느냐’는 취지로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D의 일부 진술기재
1. 수사보고서(G H 대표 통화에 관한 건)
1. 속기록(H 대표)
1. 상해진단서(순번 4번)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의 점, 벌금형 선택), 형법 제307조 제1항(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점,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상해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
1. 주장의 요지
가. 피고인이 H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이하 ‘이 사건 발설행위’라 한다), H은 이미 피고인과 피해자가 내연관계에 있음을 알고 있었고, H이 피고인으로부터 그러한 말을 듣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파할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부정된다.
나. 설령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발설행위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형법 제310조)이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행위(형법 제20조)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2. 관련법리
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등 참조).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8336 판결 등 참조).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등 참조).
나.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을 행위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 등 참조).
다.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3. 판단
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 각 사실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9. 7.경 기타동호회에서 서로 만나 그 무렵부터 2020. 12.경까지 내연관계에 있었던 사이이고, 피해자는 피고인과 내연관계에 있던 기간 중에 피고인의 회사 업무를 도와주기도 하였다.
② H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C’의 거래처들 중 하나인 ‘G’의 대표로서,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피고인의 회사 업무와 관련하여 거래처들을 방문하면서 H을 알게 되었다.
③ 피해자는 2020. 12.경 피고인과 헤어진 이후, 피고인에게 그동안 발생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회사에서 근로자로서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임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④ 피해자는 2021. 1. 4. 노동청에서 피고인과 대질 조사를 받은 이후, H을 비롯한 피고인 회사의 거래처 대표들에게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H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그러한 내용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주었다.
⑤ 피고인은 2021. 1. 5.경 H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것에 대하여 항의하면서 이 사건 발설행위를 하였다.
2) 위 인정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 즉, ① 피해자와 H 사이에 특별한 인적 신뢰관계나 친분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 점, ② 이 사건 발설행위는 피고인이 H의 물음이나 추궁에 대답하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닌, 피고인이 먼저 H에게 전화하여 말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 점, ③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의 내용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내용으로서 사소하다거나 일상적인 대화의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④ 이 사건 발설행위 전후로 피고인 회사의 거래처들 사이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내연관계에 있다는 소문이 확대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발설행위에 대하여 전파가능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그 위험을 용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을 뿐이므로, 적시의 상대방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발설행위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나.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1)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
이 사건 발설행위의 내용 즉, 피고인과 피해자가 내연관계에 있음은 진실한 사실이기는 하나, 앞서 본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분쟁의 경위 및 성격,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내연관계인지 여부가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은 명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발설행위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형법 제310조 소정의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2)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이 이 사건 발설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의 내용과 그 상대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발설행위의 목적이 정당하였거나 그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그 밖에 긴급성 및 보충성의 요건 또한 갖추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우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벌금 5만 원∼1,500만 원
2. 양형기준의 미적용
벌금형을 선택하였으므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3.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의 이 사건 상해 및 명예훼손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가 가볍지 않다.
그러나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 피해자 역시 피고인에 대하여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죄로 벌금 200만 원의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사건 상해 범행과 관련하여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전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을 참작한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생활환경, 범행의 경위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증거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0. 11. 5. 11:00경 양주시 E건물 F호(이하 ‘이 사건 원룸’이라 한다)에서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같은 폭행을 당한 후 충격을 받은 피해자를 보고는 갑자기 욕정이 생겨 피해자에게 키스를 하면서 피해자를 벽으로 밀친 뒤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려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뭐하시는 거냐”고 말하자, 피해자에게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라고 말하며 피해자를 바닥에 눕힌 후 피해자의 하의와 속옷을 벗기고, 이에 피해자가 “수술을 해서 성관계를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저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요지
가. 피고인은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같이 피해자를 폭행한 당일 피해자를 강간한 바 없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질 성형수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한 이후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던 중 피가 묻어나와 피해자와 함께 병원에 다녀온 사실은 있으나, 당시 성관계는 피해자와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3. 관련법리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이러한 원칙은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사실상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에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의 신빙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4.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증거로는 아래와 같은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이 있다.
1) 피고인과 언쟁하던 도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양손을 붙잡자 “더러운 손 치워라”고 말하면서 뿌리쳤는데, 그 순간 피고인이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얼굴(수사기관에서는 ’뺨‘, 이 법정에서는 ’턱‘이라고 각 진술하였다) 부위를 1대 때렸다.
2) 그리고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키스를 하면서 피해자를 벽으로 밀쳤고, 피해자가 서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려고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이 사건 원룸 바닥에 있는 매트리스 위로 눕히고,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자신의 바지와 속옷도 벗은 다음 성기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이 사건 수술 때문에 삽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아프다고 소리를 크게 질러 피고인이 성기 삽입을 중단하였고, 피해자는 이후 휴지로 음부 부위를 닦았는데 연분홍빛의 피가 묻어나와 수술이 잘못된 것인지 걱정하였다.
3) 그 직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남성의 성기 모형의 기구(이하 ’이 사건 기구‘라 한다)를 피고인의 항문에 삽입하여 달라고 말하여, 20분 정도 이 사건 기구를 피고인의 항문에 삽입시켜 주었다.
4) 당일 저녁에 이 사건 수술을 했던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으려고 했으나 담당 의사가 퇴근하여 진료를 받지 못했다. 당시 간호사에게 강간 피해 사실을 언급하였고, 간호사가 큰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나.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후 강간하였다는 점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 부분은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객관적인 정황이나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아 그 신빙성에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1) 피해자는 최초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직후 병원에 방문했다는 취지로만 진술하였다가 피고인의 변호인이 이 법원에 제출한 피고인의 카드사용내역과 주행기록에 의하여 피고인과 피해자가 2020. 11. 5. 17:18 ‘I’라는 상호의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이 밝혀지자,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이후에 거래처에 들렸다가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것은 맞고, 병원은 식사를 마친 다음 방문하였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21쪽).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함께 저녁을 먹고 거래처에 들른 후에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강간피해를 입은 직후의 상황으로는 이례적이다.
2) 피해자는 2020. 11. 5. 21:14경과 그 다음날인 2020. 11. 6. 피고인과 여러 차례 전화통화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때린 것에 대하여 사과를 요구하거나 피해자의 얼굴 부위의 통증이 있음을 호소하였을 뿐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취지의 언급은 한 바 없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정형외과에 다녀온 사정이나 폭행으로 인한 증상에 대하여만 이야기할 뿐 부인과와 관련된 치료나 증상을 이야기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당시에도 피해자는 이전에 피고인과 통화 과정에서도 나타난 연인 관계에서 이루어질 법한 대화를 하거나 피고인이 자신 이외에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가지는 행동을 비난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증거기록 138 내지 141쪽).
3) 한편 위 전화통화 중에는,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내가 얘기하기 전까지는 사과도 안 했잖아’라고 대꾸하자, 피고인이 ‘그래서 똥구멍 대줬잖아’라고 대답하고, 다시 이에 대하여 피해자가 ‘그건 다른 거지’라고 대화하는 내용 또한 나타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화의 맥락은 ‘피해자가 강간피해를 입을 당시 피고인의 요구에 의하여 이 사건 기구를 피고인의 항문에 삽입시켜 주었다.’는 피해자의 진술과는 배치되는 반면, ‘이 사건 기구를 항문에 삽입하는 것이 상당히 아파서 “벌칙” 차원에서 몇 차례 사용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4) 피해자는 강간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날 이후에도 2020. 12. 11.경 내연관계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까지 피고인과 함께 기타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생일을 함께 보내기도 하였고, 여러 차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이미 피고인과 헤어질 결심을 한 상태에서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12쪽)과도 배치된다.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한 상태에서 강간 피해를 입고 다시 피고인과의 관계가 개선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는 2020. 12. 말경 피해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피고인을 비난하고 원망을 표출한 사정도 나타난다.
5)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후 약 9개월 정도 경과한 2021. 8. 6.경 뒤늦게 이 사건 형사고소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자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하였다. 명예훼손은 형사사건이라 무서웠고, 당하고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피고인을 고소하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38, 39쪽). 그런데 이 사건 발생 전후로 나타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나 피해자의 태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뒤늦게 형사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의 배우자인 J가 2021. 2. 4.경 피해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피해자는 위 소송 진행 중인 2021. 8. 6.경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K을 선임하고, 그 무렵 위 법무법인을 고소대리인으로 하여 이 사건 형사고소를 제기한 사정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은 고소의 동기나 목적 등에 있어 의심스러운 사정이다.
다. L여성병원 소속 간호사 M은 이 법정에 ‘피해자가 2020. 11. 5. 오후 6시경 위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 접수를 한 사실, 당시 피해자가 데이트폭력을 당하여 질 부위에 출혈이 있는 상태라고 말한 사실 등이 있다.’는 취지의 서면질의 답변서를 제출하였고, 위 답변서의 내용은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① M은 ‘피해자가 2020. 11. 5. 오후 6시경 위 병원을 방문하였나요’라는 폐쇄형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것일 뿐 진료기록부, 상담일지 등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여 피해자가 내원한 일시를 정확하게 특정한 것은 아니어서 약 2년 여가 경과한 시점에서의 M의 답변만으로 병원 방문 날짜 및 시각을 특정할 수 없는 점, ② M은 위 답변서에서 ‘당시 피해자가 강간 혹은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던 사실이 있었나요’라는 질문에도 ‘네’라고만 대답하였을 뿐 직접적으로는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당시 M이 피해자로부터 직접 강간에 대한 피해 사실을 들었다기 보다는 상해를 입은 피해자로부터 질 출혈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당연히 성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도 판단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③ 위 답변서의 진술 기재는 M이 법정에서 위증죄의 부담을 안고 증인으로서 진술한 내용이 아니고, M에 대한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도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앞서 본 여러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위 M의 서면질의 답변서의 내용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결국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부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