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성범죄 문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적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급자가 부하 여성 장교의 볼을 꼬집은 행위가 군인등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군인등강제추행죄는 군형법 제92조의3에 규정된 범죄로, 군인 또는 군무원이 강제로 추행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군형법
제92조의3(강제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조항은 군대라는 특수한 상하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성적 신체 접촉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입니다.
따라서 군인이나 군무원이 관련된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일반 형법이 아닌 군형법 제92조의3이 적용됩니다.
추행의 의미
추행이란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건전한 성적 도덕관념에 어긋나며,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추행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방식, 주변의 객관적 상황,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즉, 단순히 신체에 접촉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추행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지 여부를 다양한 사정을 통해 따져보아야 합니다.
2. 강제추행죄에서 고의의 역할
고의란 무엇인가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추행행위를 한다는 인식, 즉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고의 자체를 직접 증명하기는 어려우므로 행위와 관련된 간접적인 사실이나 정황을 통해 증명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때 어떤 간접 사실이나 정황이 고의와 관련성이 있는지는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강제추행죄의 고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유죄로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설령 피고인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 점은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 자체가 인정되더라도 고의가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3. 실제 사건의 내용과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피고인은 육군 부대의 실장이고, 피해자는 같은 부대 소속의 여성 장교입니다.
피고인은 업무 처리의 미숙함을 이유로 피해자를 불러 질책하는 대화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동생과 오빠를 품어라”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고향 후배야 잘해봐”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왼쪽 볼을 2회 꼬집었고, 이 행위가 군인등강제추행죄로 기소된 것입니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격려할 의도로 피해자의 볼을 1회 살짝 꼬집었을 뿐이며,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테이블 폭이 자신의 팔 길이보다 길어 앉은 상태에서는 피해자의 볼을 꼬집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피해자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볼을 2회 꼬집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사건 직후 동료에게 ‘오늘 볼 두 번 치셨음’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추행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법원은 성인 남성이 업무 능력을 질책하면서 성인 여성의 볼을 꼬집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고, 피해자가 상당한 불쾌감을 느낀 것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모든 부적절하고 불쾌한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행위는 피해자를 질책하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볼을 성적으로 자극한다는 인식 아래 신체 접촉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고의 여부에 대한 판단
법원은 이 사건의 행위 경위와 맥락을 살펴볼 때, “부족한 동생과 오빠를 품어라”라는 발언도 부서원들과의 원만한 소통을 당부하는 의미로 사용된 비유적 표현이었을 뿐 성적 의도가 담긴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이 사건 행위를 한다는 인식만으로는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거나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고양시 B에 있는 육군 1군단 C 실장이고, 피해자 D(여, 44세)은 위 C 소속공보계획장교이다. 피고인은 2023. 5. 23.경 위 부대 C 실장실에서, 위 부대의 업무만족도 조사결과에 대하여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피해자에게 "으이구 고향 후배야 좀 잘해봐"라고 말하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볼을 2회 꼬집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미숙한 업무 처리 방식 등을 지적하였고, 이에풀이 죽어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격려하려는 의도로 문 앞에서 피해자의 왼쪽 볼을 1회 살짝 꼬집은 사실은 있으나, 앉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볼을 2회 꼬집은 사실이 없고,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도 없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추행이라 함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 역시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에서 의율하고 있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당시 피고인이 추행행위를 한다는 인식과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신체 접촉을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일시·장소에서 피해자에게 "부족한 동생과 오빠를 품어라"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 이후 피해자의 왼쪽 볼을 2번 연속해서 꼬집으면서"고향 후배야 좀 잘해봐"라고 이야기한 사실이 인정된다. ❶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실장실로 불러 다른 부서원들이 제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것에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제 업무 처리의 미숙함에 대하여 질책하였다. 피고인이 사무실 팀워크에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한 K 담당관을 동생으로 피고인을 오빠로 지칭하면서 "부족한 동생과 오빠를 품어라"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대화를 마친 후 실장실에서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는데, 그때 피고인이 제 왼쪽 볼을 2회 꼬집었으면서 "고향 후배야 잘해봐"라고 하였다」 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상황과 피고인의 말과 행동 등 피해 사실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의 진술 가운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도 발견되지 않는다.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를 불렀던 이유라고 주장한 일일 언론 요약자료에 군단 인접 부대의 병사가 총상으로 사망한 기사를 상단에 올리지 않은 일을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한 것은 당일 발생한 사실의 중요도에 관한 인식이나 관점의 차이와 시간의 경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❷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와 마주 보고 앉은 테이블의 폭이 피고인의 팔 길이보다 길어 피고인과 피해자가 앉아 있는 상태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볼을 꼬집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몸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똑바로 앉아 있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해자가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나가려고 일어서던 중 피고인이 볼을 꼬집었다는 것인데, 피해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엉덩이가 뒤로 빠지면서 몸은 앞으로 살짝 기울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볼을 꼬집을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거리는 테이블 폭보다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상황이었다면 피고인이 충분히 피해자의 볼을 꼬집을 수 있는 거리였다고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의 볼을 꼬집었음을 인정하고 있는 이상 피고인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의 볼을 꼬집었는지 피고인 주장처럼 피고인과 피해자가 실장실을 같이 나가는 도중 문 앞에서 피해자의 볼을 꼬집었는지 여부가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판단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❸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일상적 행동에 불편함을 느껴왔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2023. 5. 23. 09:14경 같은 부서에 일하는 E에게 '훈시문 소통 주무관에게서 가져오겠다고 했더니 그냥 두자 하셨음.', '오늘 볼 두 번 치셨음'라는 내용이 기재된 카카오톡을 보냈다. 앞서 보았듯이 볼을 꼬집은 사실이 있다는 것은 피고인 역시 인정하는 바이고, 피해자가 굳이 볼을 꼬집은 행위를 1회에서 2회로 부풀려 타인에게 기록을 남길 이유도 없다. 당시 피고인의 행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피해자가 당시의 상황을 더욱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사건화된 후 일상적 행동을 사후적으로 상기한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이 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볼을 2번 꼬집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 2) 성인 남성이 업무 능력을 질책하면서 성인 여성의 볼을 꼬집는 행위는 사회상규상 다소 부적절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고, 피해자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볼을 꼬집은 행위(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로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부적절하고 불쾌한 신체 접촉 행위가 폭행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강제추행죄로 포섭되어 처벌될 수는 없다. 아래와 같이 이 사건 행위 전후의 대화 내용과 이 사건 행위 태양 및 맥락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❶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행위를 하기 직전 군단 인접 부대의 병사가 총상으로 사망한 중요 기사를 일일 공보요약자료 상단에 배치하지 않은 일과 피해자의 반복되는 업무 실수 등을 질책하면서 다른 부서원들이 피해자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에 불만이 있으니 다른 부서원들과의 소통에 노력하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이후 '고향 후배야 잘해봐'라면서 이 사건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대화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질책하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볼을 성적으로 자극한다는 인식하에 이 사건 행위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상적으로도 업무를 질책하며 볼을 꼬집는 행위가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해되지는 않는다. ❷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볼을 꼬집기 전 "부족한 동생과 오빠를 품어라"라는 이야기를 하였기에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를 추행으로 느꼈다고 진술하였다(녹취록 29쪽). 위와 같은 말을 하게 된 맥락과 해당 표현의 의미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른 부서원들이 피해자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으니 피해자가 다른 부서원들을 이해하고 잘 다독여 일을 하자는 맥락에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품어주다'는 위 발언의 맥락상 가슴이나팔로 상대방을 안는 신체적 행위를 의미한다기보다는 남을 아량으로 너그럽게 이해한다는 의미로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의미로 이해되고, 동생, 오빠라는 단어도 부서원들과 부서장을 친근하게 지칭하기 위해 선택된 단어이지 성적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업무 등을 질책하였을 뿐 이 사건 당시 다른 성적 언동이 있었다거나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의 업무태도에 대하여 질책을 하면서 피해자의 볼을 꼬집음으로써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행위의 경위, 상황, 그 맥락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행위가 사회통념상 추행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행위를 한다는 인식만으로는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역시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질책하는 과정에서답답하고 속상하여 무의식적으로 손이 나간 것이다. 전혀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증거기록 276쪽).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결론
군인등강제추행 사건은 행위 자체보다 그 행위의 성적 의미와 고의 여부를 둘러싼 법적 판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사자 혼자서 대응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추행의 성립 요건과 고의의 증명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사건 초기부터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와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